[AM리더스클럽21] LS티라유텍 김정하 대표, “제조 DX 본질은 생산운영 설계”

창업 초기부터 제조 현장의 데이터화와 운영 최적화를 지향해온 티라유텍은 지난 2024년 LS ELECTRIC(일렉트릭)의 지분 인수를 통해 LS그룹의 스마트팩토리 전략 중심축으로 재편됐다.
사명 역시 ‘LS티라유텍’으로 바뀌며, 그룹 내 스마트제조 DX 추진 일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LS티라유텍 김정하 대표는 스마트팩토리 고도화가 단순히 시스템을 더 많이 도입한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정하 대표는 “많은 기업이 MES를 깔면 스마트팩토리가 되는 줄 아는데, 현장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자동화율보다 중요한 건 현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얼마나 유기적으로 판단하고 실행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LS티라유텍은 이차전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까다로운 제조업종에서 다수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현장 밀착형 솔루션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의 기존 고객군 확대뿐 아니라 글로벌 제조기업 대상 솔루션 제공까지 사업 외연을 넓히고 있다.
김 대표는 “단순히 제품을 공급하는 게 아니라 설비, 데이터, 운영을 함께 바라보는 ‘제조 DX 파트너’가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스마트팩토리는 시스템이 아닌 운영의 문제
LS티라유텍이 제공하는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은 MES, SCADA 등 전통적인 시스템뿐 아니라, 생산관리, 품질관리, 설비예지보전, 물류자동화, AI 기반 공정 최적화 등 고도화된 모듈까지 포함한다. 고객 맞춤형 구성은 물론, 이기종 설비 통합, 타사 시스템과의 연동까지 폭넓게 지원한다.
김 대표는 “우리의 경쟁력은 단순히 제품이 아니라, ‘현장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고객과 끝까지 같이 간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기술적으로는 SaaS 기반 확장성, 이차전지 특화 모델, 클라우드 연동형 플랫폼 등으로 진화 중이다. 특히 중소기업을 위한 보급형 스마트팩토리 모델에도 집중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김 대표는 “많은 중소기업이 ‘우리 공장은 작아서 스마트팩토리는 어렵다’고들 한다. 하지만 단위 공정 단위부터라도 시작할 수 있다”며, “현장을 너무 어렵게 설명하지 않고, 실질적 문제 해결부터 도와주는 게 우리가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 미국, 베트남, 동남아 등을 중심으로 한 PoC와 구축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며, 향후 그룹사 글로벌 네트워크와 연계해 공동 진출도 추진할 계획이다.
글로벌 현장으로 확장하는 스마트팩토리 실현
김정하 대표는 스마트팩토리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지만, 정작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 시스템은 아직 많지 않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자동화는 설비를 위한 것이고, 스마트팩토리는 운영을 위한 것”이라며, “현장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문제를 풀어야 진짜 스마트팩토리가 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정하 대표와의 일문일답.
스마트팩토리를 도입하려는 기업에 가장 먼저 필요한 건 무엇이라고 보나?
제일 중요한 건 일단 시작해보는 거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스마트팩토리는 전사적인 시스템이긴 하지만, 실제로는 단위 공정 하나부터 혹은 품질관리 모듈 하나부터도 시작할 수 있다.
그렇게 시작해서 단계적으로 확장해 나가는 게 맞다. 또 하나 중요한 건 내부 전담자다. 시스템을 운영하고 데이터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최소한 한 명은 있어야 한다. 그게 없으면 시스템이 있어도 결국 활용이 안 된다.
기술보다 사람이 먼저 준비돼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그건 단지 조직론이 아니라 현장에서 정말 많이 겪어봤기 때문이다. 조직이 준비돼 있지 않으면 좋은 시스템도 자리 잡지 못한다.
중소기업이 스마트팩토리를 어렵게 느끼는 이유는 뭘까?
용어가 너무 어렵고 설명이 너무 복잡하다. 중소기업 입장에선 MES가 뭔지, 공정 최적화가 뭔지 몰라서 거부감부터 생긴다. 그래서 우리는 무조건 현장 언어로 설명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불량 줄이자’, ‘사람이 하던 반복 작업을 자동으로 해보자’ 이런 식으로 설명해야 공감이 생긴다. 그리고 중소기업은 리소스가 부족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거창한 시스템을 들이기보다는, 진짜 필요한 한두 가지부터 시작해야 한다. 예를 들어 품질 모듈 하나만 먼저 쓰고, 그게 잘 작동하면 다른 쪽으로 확장하는 식이다.
그렇게 성공 경험을 하나하나 쌓아야 내부에서도 신뢰가 생긴다. 우리는 그런 부분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기술보다 설명이 중요하고, 어려운 걸 쉽게 만들어주는 게 스마트팩토리 보급에서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LS티라유텍 MES의 차별점을 꼽는다면?
MES는 그냥 생산관리 시스템이라고 하면 뭉뚱그려지기 쉬운데, 실제로는 설비쪽하고 얼마나 밀접하게 연동되는지가 중요하다. 우리는 SCADA와 MES를 함께 다룬다는 게 강점이다. 센서 데이터부터 설비제어, 운영계획까지 전 구간을 우리가 직접 커버한다.
예를 들어 설비에서 온도나 압력 같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받아서 그걸 기반으로 품질 판단을 하거나 작업 조건을 바꾸는 기능까지 하나의 시스템 안에 녹여내고 있다. 또한 우리는 다양한 업종에서 맞춤형 설계를 많이 해봤기 때문에, 고객이 원하는 구조나 용도에 따라 유연하게 설계할 수 있다. 실제로 현장에 맞는 MES를 만들 줄 안다는 게 우리 팀의 경쟁력이다.
최근 기술적으로 가장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여전히 클라우드 기반 SaaS 구조로 가기엔 아직 한계가 많다고 본다. 제조업 고객들은 당장 쓸 수 있는 형태를 원하지, 복잡한 구조를 기다려줄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커스터마이징을 쉽게 하면서도 표준화된 구성요소를 가지고 유연하게 쓸 수 있는 방향으로 솔루션을 구성하고 있다.
완전한 SaaS형은 아니지만, 비슷하게 유연한 구조로 가고 있는 거다. 기술적으로는 모듈화를 계속 고민하고 있다. 고객사마다 요구하는 조건이 다르고 특히 이차전지 업종은 공정마다 요구사항이 예민해서 별도의 특화 로직을 따로 구성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최근에는 아예 설계 단계부터 공정 단위 모델을 별도로 분리해서 운영하는 구조도 테스트하고 있다. 기술 전략이라는 게 꼭 최신 기술을 많이 넣는 게 아니라, 고객이 실제로 쓸 수 있는 기술을 제때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중소기업을 위한 보급형 스마트팩토리는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나?
처음부터 큰 시스템을 넣는 건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설비 하나, 공정 하나 단위로 시작할 수 있도록 모듈을 구성하고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설비에 센서를 붙여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걸 기반으로 간단한 품질 판단이나 설비 상태 파악부터 할 수 있도록 만든다.
가격도 낮추고, 설치 기간도 짧게 가져간다. 그래야 중소기업에서도 도입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다. 실제로 그렇게 도입한 기업들은 만족도가 높고, 나중에 자연스럽게 다른 공정으로 확장하려는 니즈도 생긴다.
그런 흐름이 우리가 원하는 방향이다. 또한 우리가 먼저 공장을 방문해서 현장을 직접 보고, 어떤 부분부터 디지털화할 수 있을지 같이 논의한다. 책상 위에서 기획하는 게 아니라, 현장을 보고 제안하는 구조다.
그러다 보니 중소기업 대표들이 더 쉽게 신뢰하고 시작할 수 있다.
최근 수행한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있다면?
이차전지 장비업체랑 진행한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그건 생산성 향상보다는 불량률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고객사에서 자동화는 많이 돼 있었지만, 여전히 불량 원인 파악이 느리고, 대응이 수동적이었다.
우리는 공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이상 징후가 발생했을 때 조건을 바꿔주는 기능을 추가했다. 예를 들어 특정 온도나 압력 범위를 벗어나면 자동으로 경고를 주거나, 작업자에게 설정값을 조정하라고 알려주는 식이다.
그런 걸 통해 불량률이 확 줄었고, 고객도 만족했다. 프로젝트가 의미 있었던 건, 단순히 시스템을 넣은 게 아니라 고객사와 같이 원인을 분석하고, 그에 맞는 대응 로직을 만들어서 적용했다는 점이다. 그 경험이 다른 고객사에도 그대로 응용되고 있다.
해외 시장 진출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현재 베트남, 미국, 태국 같은 곳에서 PoC나 실증 사업을 진행 중이다. 주로 현지 파트너사나 고객사와 직접 연결돼 있는 경우도 있고, LS ELECTRIC이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공동 제안하는 방식도 있다.
특히 베트남은 현지 공장을 운영하는 고객사와 함께 데이터를 수집하고, 간단한 공정 모니터링부터 시작하고 있다. 현지에서 바로 도입할 수 있는 경량화된 솔루션이 필요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했던 방식 그대로는 어렵고, 일부 기능만 모듈화해 제공하는 식으로 접근 중이다.
시스템만 파는 게 아니라, 운영 컨설팅까지 같이 들어가는 방식으로 해외 고객에게도 ‘운영 중심 스마트팩토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한다.
향후 LS티라유텍의 비전은?
우리는 단순히 시스템을 공급하는 회사를 넘어가고 싶다. 고객의 운영을 함께 설계하는 파트너가 되는 것, 그게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다.
기술 회사가 아니라, 제조 현장을 함께 고민해주는 팀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고, 고객도 그렇게 느끼게 하고 싶다. 고객이 더 잘 생산하고, 더 잘 관리할 수 있도록 옆에서 계속 조언해주는 존재. 필요할 땐 설비도 보고, 데이터도 같이 보고, 운영 전략까지 함께 짜주는 팀이 되자는 게 내부에서 자주 나오는 얘기다. 그게 결국 우리가 만드는 스마트팩토리의 진짜 가치라고 생각한다.
” 자동화는 설비를 위한 것이고, 스마트팩토리는 운영을 위한 것이다.”
평소 건강관리는?
PT는 3~4년째 꾸준히 받고 있고, 요즘은 러닝도 병행 중이다. 일주일에 두세 번, 5km씩 뛰는 편이다.
48시간 자유시간이 주어진다면?
평소처럼 가족이랑 있거나 여행을 가겠다. 특별한 게 생각나지는 않는다.
주말은 어떻게 보내나?
회사 초기 3~4년은 주말도 일했지만, 지금 주말은 온전히 쉰다. 골프도 거의 안 치고, 주로 가족과 시간을 보낸다.
직원들과의 소통은 어떻게 하는 편인가?
예전엔 술자리도 많았지만, 지금은 노사협의회를 통해 정기적으로 식사하고 건의사항을 듣는다. 사소한 것도 잘 반영하려고 한다.
대표님만의 리프레시 방법은?
혼자 또는 친구들과 1년에 한 번 정도 트레킹을 간다. 글로벌 행사나 명절 연휴를 껴서 다녀오는데 뉴질랜드, 일본, 알프스 등이 기억에 남는다.
직원들에게 평소 강조하는 말이 있다면?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자주 말한다. 적성이 안 맞으면 그만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창업도 권유하는 편이다.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사회 초년생에겐 ‘왜 일하는가’(이나모리 가즈오), 창업에 관심 있는 사람에겐 ‘제로투원’을 추천한다.
가장 소중한 시간은 언제인가?
주말에 가족이랑 함께 보내는 시간. 요즘은 소소한 확실한 행복이 제일 좋다.